이 책은 <창세기: 역사와 문학과 신학>의 두 번째 책으로서, <늘푸른 교회> 회원과 일반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 성경공부 보조 자료로 만든 것입니다.
개인적인 묵상과 교회 내에서의 성경공부를 위해서 <창세기> 연구를 시작한 것이 1999년이었으니, <창세기> 시리즈(1-3부) 전부를 마칠 때까지 도합 16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산천도 변한다는 십 년의 세월보다 육 년이 더 흘러 지나간 셈입니다.
이 기간 동안 본인 개인적으로도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 교재를 쓰기 시작할 당시만 해도 <창조침례교회>를 개척하여 대전의 침례신학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40대 초반이었습니다만, 이제는 대학에서 정년을 한 지도 어언 일 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세 번의 교회 개척과 도중하차(途中下車), 그리고 한 차례의 교회 합병 등을 거치면서, 처음의 열정과 꿈과 희망들이 실패와 좌절과 허무와 냉소로 바뀌는 것도 체험해보았고, 자연스럽게 <성경>을 대하는 태도나 관점 또한 많이 변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리즈를 마치고 난 이후 세 권의 책을 다시 읽어보면서 스스로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재의 전체적인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 시리즈를 관통하는 일관성을 지니려고 노력했다는 점 또한 밝히고 싶습니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형식, 그리고 참고도서 등에 대해서는 <창세기(1)>에서 소상히 밝혀두었으므로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성경>에 대한 “종합적 해석”방법을 따르려고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종합적 해석 방법이란 본인이 집필한 <성경>의 다른 보조교재에서 밝힌 바 있듯이, <성경>의 역사와 문학, 그리고 신학에 대한 포괄적인 감상과 이해를 추구하려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해석 방법 속에는 <성경>에 대한 통시적(通視的)이고 공시적(共視的인)인 제반 비평 방법을 인정하고 도입했다는 점을 알려둡니다.
참고로 본 교재는 본인의 창조적인 작품이라기보다는, 일차적으로는 본인의 묵상을 위해서, 그리고 교회학교에서나 일반인과의 성경공부를 위해서 집필한 것이니 만치, 대부분 저명 학자들이나 설교자들의 글을 많이 인용하고 참조했음을 다시 한 번 밝혀두어야겠습니다(참고: <창세기(1)>). 말할 것도 없이 이와 같은 <창세기> 여정이 본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은혜와 축복이었음도 함께 밝혀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을 마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기쁘고 홀가분합니다. 모쪼록 본 교재가 <창세기>를 보다 잘 이해하고 깨닫는데 좋은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저자: 김태정
차 례
교재 안내 ...........................................................................................................................ii
제 6 막
제 10과: 아브라함 이야기(개관) ...............................................................................593
제 11과: 아브라함을 부르심 .......................................................................................607
제 12과: 기근 ..................................................................................................................629
제 13과: 아브람과 롯(1)-분리 ....................................................................................653
제 14과: 아브람과 롯(2)-구출 ....................................................................................690
제 15과: 아브라함 언약 ................................................................................................726
제 16과: 이스마엘의 탄생 ............................................................................................759
제 17과: 할례의 언약 .....................................................................................................788
원문을 살려 옮겼고, 오타와 연락처만 정리했습니다.
제 18과: 소돔과 고모라 .................................................................................................821
제 19과: 사라와 아비멜렉 .............................................................................................895
제 20과: 이삭의 출생 .....................................................................................................917
제 21과: 아비멜렉과 아브라함 .....................................................................................945
제 22과: 마지막 시험 .....................................................................................................965
제 23과: 리브가의 가계 ...............................................................................................1002
제 24과: 막벨라 동굴 ...................................................................................................1011
제 25과: 이삭과 리브가 ...............................................................................................1037
제 26과: 아브라함의 죽음 ...........................................................................................1083
제 7 막
제 27과: 이스마엘의 계보 ...........................................................................................1106
제 8 막
제 28과: 야곱과 에서-첫 만남 ..................................................................................1123
제 29과: 이삭과 블레셋 ...............................................................................................1151
제 30과: 야곱과 에서-속임수 ....................................................................................1182
제 31과: 벧엘에서 .........................................................................................................1226
제 32과: 라반의 집으로 ...............................................................................................1258
제 33과: 결혼-레아와 라헬 .......................................................................................1275
제 34과: 자녀 출생 ......................................................................................................1292
제 35과: 야곱이 라반을 이김 ....................................................................................1327
제 36과: 야곱이 라반을 떠남 ....................................................................................1349
제 37과: 축복을 돌려줌 ..............................................................................................1393
제 38과: 디나와 히위족 ..............................................................................................1460
제 39과: 여정의 끝 .......................................................................................................1499
제 9 막
제 40과: 에서의 계보 ...................................................................................................1534
제 6막
데라의 계보:
아브라함 이야기
(11:27-25:11)
제 10과: 아브라함 이야기: 개관
10
아브라함 이야기: 개관
<창세기> 후반부의 주된 내용은 ‘이스라엘’의 조상(족장)들에 관한 이야기로서, 세 개의 긴 이야기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창세기> 제 2부는 처음 두 부분을 다룰 것입니다:
1. 11:17-25:11<아브라함 이야기>
2. 25:19-35:29<야곱 이야기>
3. 37:1-50:26<요셉 이야기>
흔히 족장이라 할 때, 넓게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리고 ‘요셉’을 포함하지만, 좁게는 ‘요셉’을 제외한 세 인물을 말합니다. 그 이유는 <창세기> 후반부의 문학적인 측면만을 고려해 볼 때, <요셉 이야기>는 <야곱 이야기>의 후편 내지는 속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 사람은 ‘이스라엘’의 믿음의 조상이며, 족장들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흔히 <족장 이야기>로 부르며, 문학적인 양식은 영웅설화로 분류함이 마땅하다 하겠습니다. Ryken, L. 「문학에서 본 성경」. 유성덕 역. 서울: 크리스챤 다이제스트, 1993. 제 3장(참고서적 6).
영웅설화는 주인공이나 영웅의 일생과 위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흔히 문학적인 관점에서 영웅이라 함은 그가 속한 사회가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도덕적 규범이나 표준을 제시해 주는 그러한 인물을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기도 하고, 선을 행할 능력을 갖춘 자이며, 그의 삶에 대한 뚜렷한 목적을 지닌 자라야 합니다. 그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러 가지 체험들은 통상 그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제반 갈등을 재현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웅설화의 주된 구성(plot)은 그 영웅이 만나는 역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한 역경에 대해서 그가 어떻게 반응하며, 무슨 동기로 그렇게 하며, 역경을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보여줍니다. 때로는 그 주인공과 정 반대 되는 인격을 지닌 조연을 등장시킴으로써 영웅의 자질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라이겐’(Ryken, L)에 의하면 영웅설화는 이들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1) 인간에 대한 관점: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그의 목적과 의미는 무엇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 종교적 견해: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관점은 무엇인가?
(3) 사회에 대한 관점: 인간 공동체는 어떤 것인가? 사회에서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는 무엇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4) 가치관에 대한 견해: 인생 최고의 가치는 무엇인가? 인격체(사람, 하나님, 자아, 한 개인)인가. 혹은 기관인가(국가, 교회, 가정), 혹은 추상적인 것인가(사랑, 진리, 이성, 질서, 규범 등등)?
<성경>의 영웅설화는 이러한 관점들에 대해서 그야말로 “성경적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설화 속의 영웅들을 결코 성경적 기준에 합당한 이상적인 인물로 그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들이 본질적으로 믿음의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외에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 우리와 꼭 같은 자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성경>은 이들 영웅들에 대해서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앞으로 <족장 이야기>를 읽어나갈 때 유념해야 할 사실이기도 합니다.
문학과 역사
<구약>의 첫 번째 영웅설화인 <아브라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창세기> 후반부를 이루고 있는 구성의 원리를 살펴봄으로써 전체적인 조망을 갖는 것이 유익할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후반부를 이루고 있는 구성의 특징도 전반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인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본적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Wenham, 262-263(참고도서 1).
1) 직선적이고 진행적인 구성
2)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구성
3) 확장되고 심화되는 구성
첫 번째 특징은 위에서 보았듯이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가 ‘아브라함’-‘이삭’-‘야곱’-‘요셉’의 순서로 연대기를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앞선 인물은 뒤이어 등장하는 인물의 아버지이며, 그 뒤에 등장하는 인물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화자는 반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로, 각 족장의 이야기마다 비슷한 사건이나 일화들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즉 각 족장은 그의 아버지가 경험했던 것과 흡사한 경험을 반복해서 겪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은 보다 넓게는 먼 후손, 즉 ‘이스라엘’ 민족이 전체적으로 겪게 될 사건들을 미리 보여주는 듯합니다. 시(詩)로 치자면 반복병행과 같은 기법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브라함 이야기>의 이러한 반복적인 특성으로 <아브라함 순환>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1) 이 영웅들은 모두 자신의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12:1; 28:2; 37:28).
(2) 모두 자신의 친지나 형제들과 다투어야만 했다(13:7; 27:41; 37:4).
(3) 세 사람은 이집트로, 한 사람은 ‘그랄’(이집트로 가는 길)로 내려가 살았다(12:10; 26:1; 37:28; 46:6).
(4) 두 족장의 아내는 ‘이집트’인의 유혹을 받았으며, ‘요셉’은 ‘이집트’인의 아내의 유혹을 받았다(12:14-16; 20:1-14; 26:1; 39:6-18).
(5) 두 아내 사이의 불화 때문에 갈등을 겪어야 했다(16:1-6; 29:31-30:8).
(6) 장자가 아닌 차남이 하나님의 은혜를 입게 된다(17:18-19; 25:23; 48:14; 49:8-12; 22-26).
(7) 신부를 우물가에서 만나게 된다(24:15; 29:9).
(8) 하나님으로부터 동일한 약속을 받는다-자녀와 땅과 축복(1:1-3, 26:2-5; 28:13-14).
(9) 자신들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축복을 이방인들이 인정한다(21:21-22; 26:28-29; 41:39-40).
그렇다면 족장들이 경험한 이러한 사건들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특히 마지막 열 번째의 경우는 화자가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처럼 보입니다. 물론 오늘날에도 웬만한 가문에서는 소위 선산(先山)이라는 것이 있어 그곳에 선조들의 묘지를 만드는 것이 상례인데, 당시 가족 간의 연대가 강한 씨족사회의 경우 가족 구성원들을 한 장소에 묻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매 족장 이야기마다 이 부분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화자가 무엇을 강조하려하는지를 알 듯합니다. 그래서 <아브라함 이야기>에서도 ‘아브라함’이 이 동굴을 구입한 것은 자신만의 매장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가족 묘지를 구입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구성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신학적 교훈은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간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하나님에 대해서는 무엇을 말하려 합니까?
<족장 이야기>의 세 번째 구성상의 특징은 앞에서 발견한 것과는 정 반대되는 것으로서, 내용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새롭게 발전되고 심화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새로운 내용이란 등장인물들-하나님, 인간-이나 또는 이야기의 주제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창세기>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기원 이야기>(1-10장)와 후반부의 <족장 이야기>(12-50장)를 비교해 봄으로써 가장 뚜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담’이나 ‘하와’, ‘가인’과 ‘아벨’, 그리고 ‘노아’는 <기원 이야기>의 주요 등장인물들입니다. 화자는 이곳에서 이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그들의 내면세계(성격이나 인격)나 가족 상호 관계 등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대홍수 이야기>의 경우에도 ‘노아’가 하나님 앞에서 순종하고, 의인으로 살았다는 기록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하나님의 역할은 연극 전체의 제작자이자 동시에 무대 위로 수시로 등장하는 중요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분은 우리 인간들과 꼭 같은 방식으로 보고, 느끼고, 말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하나님은 점차 무대 뒤로 멀어져 갑니다. 아주 친밀하고 가깝게 느껴지던 존재가 보다 소원하고 초월적인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족장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수시로 나타나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이삭’과 ‘야곱’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분의 출현은 뜸해지다가, ‘요셉’에 이르면 꿈속에서나 나타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인간들에 대한 묘사는 정반대입니다. ‘아브라함’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야기의 순환이 거듭될수록 이들의 인간됨됨이나, 가족관계에 대한 묘사가 아주 상세하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브라함 이야기>(12-25장)를 통해서 그가 어떤 유형의 인물인지 짐작케 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산발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몇 개의 일화들만을 가지고 그에 대해서 단정 짓는 것은 무리이기도 합니다만, 이야기가 ‘야곱’으로 나아가면(25-35), 그가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그의 가족관계-형 ‘에서’와의 관계나 결혼 후 그의 아내와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요셉 이야기>에 이르면 이들 상호간의 관계에 대해서 보다 완전하고도 체계적인 정리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족장 이야기> 전체를 통해서 일관되게 흐르면서 어떤 목표지점을 향해서 나아가는 커다란 주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한 “하나님의 언약”(약속)입니다. 각 족장들의 이야기는 이 주제가 어떻게(부분적이긴 하지만) 성취되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언약이 각 족장들에게 이루어지는 방식은 천편일률적이 아니라, 족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브라함’은 그 믿음으로 인하여 하나님 앞에서 의인이라고 칭송을 받기는 했지만, ‘이집트’에서 보여준 그의 행동은 실로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위험이 닥쳤을 때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사랑하는 아내를 양도했기 때문입니다. ‘야곱’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다시피 하나님의 약속을 치사하고 야비한 방법으로 독차지하려 했습니다. 형과 아버지를 속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이들 두 사람과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고 담대하게 대처해 나갔으며,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 것을 우리는 봅니다. <요셉 이야기>의 절정은 이러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그의 언약을 결국 성취시킨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따라서 <족장 이야기>를 읽을 때,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첫 번째 작업으로 <아브라함 이야기>에 나타나는 개별적인 사건이나 에피소드들을 살펴보기 전에, 전체의 구성이나 내적 원리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합시다. 아브라함 이야기는 대략 20개의 단락으로 구성되며, 이것은 이어지는 족장 이야기의 원리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순환적인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1. 계보 소개(11:27-32)
2. ‘아브라함’의 소명과 첫 번째 여행(12:1-9)
3. ‘이집트’에서(12:10-20)
4. ‘아브라함’과 ‘롯’이 헤어지다(13:1-18)
5. ‘아브라함’이 ‘롯’을 구하다(14:1-24)
6. ‘아브라함’과의 언약(15:1-21)
7. ‘이스마엘’의 탄생(16:1-16)
8. 할례의 언약(17:1-27)
9. 천사의 방문(18:1-15)
10. ‘아브라함’과 ‘소돔’(18:16-33)
11. ‘소돔’과 ‘고모라’(19:1-29)
12. ‘롯’과 두 딸(19:30-38)
13. ‘아브라함’과 ‘아비멜렉’(20:1-18)
14. ‘이삭’의 탄생; ‘이스마엘’의 분리(21:1-21)
15. ‘아비멜렉’과의 언약(21:22-34)
16. ‘아브라함’의 시험(22:1-19)
17. ‘나홀’의 계보(22:20-24)
18. 매장지를 사다(23:1-20)
19. ‘리브가’의 결혼(24:1-67)
20. 결론(25:1-11)
<아브라함 이야기>를 이루는 이들 각각의 에피소드는 나름대로 주제가 있고, 또한 몇 개의 에피소드들은 보다 큰 하나의 단위를 이루고 있어, 원래는 이들 자료들이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이야기 단위라고 가정해 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나 구성상의 원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면 각각의 ‘작은 이야기’는 ‘아브라함’ 생애에서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을 단순히 수집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핵심 되는 주제란 과연 무엇일까요?
에피소드 1. <아브라함 이야기>는 그 서론에서 ‘데라’의 계보를 소개하면서 이야기 전체의 중요한 등장인물들-‘아브라함’, ‘사라’, ‘롯’-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라’의 가장 큰 문제는 얘기가 없다는 사실이며, ‘롯’은 ‘아브라함’의 조카로서 ‘롯’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 어쩌면 양자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추측이나 가정을 안고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에피소드 2.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그가 살던 땅을 떠나라고 하시면서 그에게 세 가지 중요한 약속을 하십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이 세 약속이 나머지 <아브라함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는 구성의 원리이자, 핵심적인 주제가 됩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 약속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에피소드에서조차 이 주제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부르심을 받자 말자 ‘아브라함’은 ‘롯’과 그의 아내와 함께 그가 살던 땅 ‘하란’을 버리고 ‘가나안’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땅이 바로 약속의 땅이라고 화자는 말합니다(12:7). 그러나 그의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 땅에 가뭄은 그를 ‘이집트’로 몰아내는데, 이것은 후에 그의 손자 ‘야곱’도 똑같이 경험하게 되는 동일한 사건이 됩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낯선 곳으로 간 우리의 족장 ‘아브라함’은 그의 아내로 말미암아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고, 급기야는 비겁한 행동을 보이고 맙니다. 무엇입니까?
그의 이러한 행동은 하나님의 백성, 특히 하나님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가나안’으로 떠나왔던 그의 앞선 행동과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비겁하고도 연약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 동일한 행동은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두 번이나 더 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하나님의 약속과 관련하여 매번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과연 이 여인이 이방인과 잠자리를 같이 할 것인가?” 이렇게 볼 때 이 에피소드는 이야기 전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왜입니까?
에피소드 3. 땅과 재물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은 ‘아브라함’과 ‘롯’ 사이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됩니다. 13장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롯’이 ‘아브라함’을 떠나는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은 또 한 번 중요한 질문을 만나게 됩니다: “이제부터 과연 누가 아브라함의 상속자가 될 것인가?” 그 동안 ‘롯’이 ‘아브라함’의 명실상부한 계승자요 상속자였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은 한층 그 무게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 것입니다.
에피소드 4.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곧바로 이어지는 왕들의 전투에서(14장) 금방 밝혀집니다. 이 전투로 말미암아 우선 ‘아브라함’이 그 지역 정치, 외교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조카 ‘롯’을 구하기 위해서 그가 일종의 군사행동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롯’이 ‘아브라함’의 상속자의 대열에서 제외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그의 삼촌을 떠날 때부터 이미 결정된 것이긴 합니다만(13장). 왕들의 전투는 ‘아브라함’이 속한 쪽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만, 이야기는 난데없이 ‘멜기세덱’이라는 제사장이 ‘아브라함’을 축복하는 것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12:3)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참고. 19절)?
에피소드 5. 전체 이야기의 흐름으로 볼 때, 일종의 막간과도 같은 <멜기세덱 이야기>가 끝나면 ‘아브라함’의 상속자에 대한 문제가 다시 한 번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 아닌 ‘아브라함’ 자신이 그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15장의 주제입니다. 그의 질문은 무엇이며 그가 들은 대답은 무엇입니까?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이제부터 언약이라 불러야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후로 이 후손에 대한 약속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입니다.
에피소드 6. ‘사라’는 나름대로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남편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16장). 당시의 관습으로 볼 때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브라함’도 이에 동의하였고, 결국 ‘하갈’은 후손을 낳게 됩니다. ‘이스마엘’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진정한 해결책이 되었을까요? 누가 가장 격렬하게 이 방법을 저주하였습니까?
에피소드 7/8. 하나님 역시 ‘이스마엘’이 그가 약속한 그 후손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이어지는 두 장(17-18장)에서 하나님은 바로 이 문제를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다시 한 번 확실하게 해두시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곳은 후손의 문제와 관련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17장이 열리자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그의 언약을 새롭게 갱신하고 계십니다.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다른지 발견해 봅시다.
그리고 18장에서 세 사람(천사)이 ‘아브라함’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앞에서 있었던 그 약속을 재확인해줍니다. 그 후손은 다른 사람 아닌 ‘사라’의 몸에서 난 자가 될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그리고 그가 태어날 시기도 말해줍니다. 앞에서보다 훨씬 구체적입니다. 그러나 ‘사라’는 불신 가운데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결국 참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그녀를 나무라시면서 두 번씩이나 확인해 줍니다. 곧 그녀가 아이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브라함’의 나이 이제 99세, 그 동안의 ‘아브라함’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는 이처럼 주마간산 식으로 빨리 진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야기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그 내용도 주제와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히려 독자들의 마음을 궁금하게 하고, 긴장하게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쯤에 그 약속의 후손이 탄생할까?” “언제 하나님의 약속이 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인가?” 이런 것들이 우리가 궁금해 하는 질문들입니다.
에피소드 9-12. 그러나 천사들이 ‘아브라함’을 방문한 데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아브라함’이 어떤 인물이기에 하나님이 자신의 계획을 알리고 싶어 할까요? 그것은 ‘아브라함’이 누리고 있는 하나님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신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함부로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 법. 마찬가지로 하나님과 ‘아브라함’의 관계가 바로 그러한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함입니다. ‘노아’도 하나님의 신비한 계획, “대홍수”에 대해서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두 사건은 닮은 점이 너무 많습니다. 이 점을 화자는 ‘노아’가 하나님 앞에서 “의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 역시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간청을 끝까지 경청하셨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간청에도 불구하고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한 것은, 그 도시에 ‘아브라함’과 같은 의인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나마 ‘롯’과 그의 가족이 피할 수 있도록 조처해 주신 것은 ‘아브라함’의 기도, 즉 의인의 간구 때문이었음을 화자는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피신한 ‘롯’이 그의 두 딸과 함께 보여주는 행동은 그가 이제 더 이상 ‘아브라함’의 상속자로서 그 땅을 물려받을 자격을 완전히 잃어버렸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도시의 멸망은 400여 년 후 이 땅이 ‘이스라엘’의 후손들에 의해 멸망하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에피소드 13. 20장에 이르면 ‘아브라함’과 ‘사라’가 다시 무대 위로 등장합니다. 여전히 ‘사라’의 임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습니다. 오히려 ‘사라’가 ‘그랄’의 왕 ‘아비멜렉’의 규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믿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위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만, 아무도 ‘사라’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했다는 사실을 화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아주 역설적으로 이방인 ‘아비멜렉’이 하나님의 백성 ‘아브라함’을 꾸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브라함’이야말로 이러한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소금이 그 짠맛을 잃어버리면 무슨 소용입니까? 의인이 죄인에게 꾸중을 듣고 있다니 이 무슨 창피한 일입니까? 그런데도 여기서 다시 한 번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무엇일까요?
‘소돔’과 ‘고모라’를 위해 하나님 앞에서 간구 하던 의인 ‘아브라함’은 어디 갔습니까? ‘아브라함’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아비멜렉’과 그 지역에 임신치 못한 여인들이 자식을 낳을 수 있도록 해 주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사라’를 위하여 기도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에피소드 14. 21장에 이르면 오래 동안 질질 끌어왔던 그 언약이 마침내 실현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사라’를 찾아오셔서 ‘이삭’을 생산케 하십니다. 그러나 ‘이삭’의 출생은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이스마엘’ 때문입니다. 갈등과 분쟁은 극에 이르며, ‘하갈’과 ‘이스마엘’이 떠남으로써 진정됩니다. 그리고 ‘이삭’이 그 모든 약속의 정당한 계승자가 됩니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선택과 분리”의 모티브를 발견합니다. 21 장의 나머지 이야기는 ‘아브라함’과 ‘아비멜렉’ 간의 언약에 관한 짧은 에피소드인데, 이 역시 <창세기> 전체를 흐르는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에피소드 15. 22장에 이르면 이야기는 급진전하면서 절정으로 치닫고,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릅니다(22:1-19). 그 동안 ‘아브라함’이 누린 모든 축복의 공급자였던 하나님 자신이 이제는 도리어 ‘아브라함’에게 큰 재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들, ‘이삭’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과 교훈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에피소드 16. 이제부터 남은 <아브라함 이야기>의 주된 관심사는 ‘이삭’과 그의 미래에 관한 것으로서(22:20-24), 이곳에서 ‘나홀’의 계보가 등장합니다. 이 계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이삭’의 아내 ‘리브가’가 이 계보를 통해서 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라’가 죽고, ‘아브라함’은 그녀의 매장지를 위해 ‘맥벨라’ 동굴을 구입합니다(23장). 물론 이 동굴은 ‘사라’뿐만 아니라 ‘아브라함’ 자신은 물론 ‘이삭’과 ‘야곱’의 묘지도 될 것이었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에피소드 17. 마지막으로 ‘아브라함’의 생애에서 남은 한 가지 숙제가 있다면, ‘이삭’을 위해 아내를 구해 주는 일입니다(24 장). 그런데 이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길고 상세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창세기> 전체를 흐르는 일관된 주제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만, 또 다른 교훈은 없는지 음미해볼 일입니다.
신학과 신앙
<아브라함 이야기>의 중심은 아들에 관한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비록 상호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일 때조차도, 어떤 형태로든 바로 이 주제를 바라보게 합니다. 예를 들어,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나 또는 ‘아비멜렉’과 연관된 이야기도 ‘이삭’의 출생과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오히려 독자들은 아들의 탄생에 관한 약속을 긴장감과 초조함 가운데 기다리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들의 약속과 함께 주어진 다른 약속들-땅, 후손, 열방을 위한 축복-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에게는 이 약속이 어떻게 얼마만큼 이루어졌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