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 제23과
리브가의 가계
김태정 목사창세기 22:20-24약 11분 분량
브두엘은 리브가를 낳았고(23절)
문학과 역사
단락과 구조. 이 짧은 본문은 ‘나홀’의 열두 아들과 손녀 ‘리브가’의 가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구조 상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밀가’의 아들들(20절하-23절)
(2) ‘르우마’의 아들들(24절)
‘나홀’이 ‘밀가’를 통해서 여덟 명의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은 누군가 ‘아브라함’에게 전해준 소식의 형태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만 23-24절의 추가적인 설명은 후대 화자의 편집적인 삽입으로, ‘아브라함’이 전해주는 소식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여덟 사람은 아브라함의 형제 나홀의 아내 밀가의 소생이며, 브두엘은 리브가를 낳았고, 나홀의 첩 르우마라 하는 자도 데바와 가함과 다하스와 마아가를 낳았더라(23-24절)
난데없이 웬 족보입니까? 그것도 ‘아브라함’과는 별로 상관도 없는 인물들의 족보가 왜 엉뚱한 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 물음은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 족보는, <아브라함의 시험>과 <사라의 죽음>에 관한 두 이야기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본문의 도입부, “이 일 후에”는 분명 앞의 이야기와 연대적으로는 연결을 이루는 한편, ‘밀가’ 역시 자녀를 낳았다는 언급 역시 ‘사라’가 자식을 낳았다는 본문과(21:1-7) 내용 상 연관이 있기는 합니다. 또 한편 23절에서 ‘밀가’의 손녀 중의 한 사람으로 특히 ‘리브가’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24장에서 보다 본격적으로 그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할 것을 예고해 주고 있습니다.
자료와 편집. 본문의 자료적 성격과 관련해서, 흔히 <야훼 전승>으로 알려져 있는 21장의 ‘이삭’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나 24장 이야기와의 이런 저런 관계로 해서 본문 또한 <야훼 자료>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문체도 그렇지만 내용적으로도, 본문 기사는 ‘이삭’의 탄생과 그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주는 중요한 디딤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23절에서 “낳다”에 대한 ‘히브리’ ‘칼’ 동사 ‘얄라드’(דלי)가 <야훼 전승>에 독특한 문학적 상수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웨스터만’(Westermann)은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본문이 <아브라함 순환>의 초기 자료 속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라는 입장을 취합니다. 그 초기자료의 결론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말합니다: 21:1-7; 22:20-24; 25:1-8. 그리고 21:8-25:18의 나머지 부분은 후대의 삽입으로 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창세기> 내의 여러 자료들이 왜 현재와 같은 순서로 배치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두 아들에 대한 기사만 하드라고 서로 연속적으로 나란히 소개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두 아들 모두 ‘아브라함’의 노년에 탄생하게 되었고, 우선 <이스마엘 이야기>가 먼저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이 아이는 거의 죽을 뻔 하였으나 천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으며, 이 천사는 그에게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는 약속을 들려줍니다. 이후 그는 어머니 ‘하갈’과 같은 족속에 속하는 여자와 결혼하게 됩니다(21:9-21). 이어지는 <이삭 이야기>에서도(22:1-19), 이와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즉 그 역시 죽음 직전에 천사의 개입으로 살아나게 되고, 후손에 관한 약속을 듣게 됩니다(그가 직접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다만 ‘이스마엘’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지막에 등장하는 결혼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차이로 해서 독자들은 궁금증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만, 화자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곳에서 엉뚱한 ‘족보’를 삽입함으로써 오히려 독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아들로만 이루어진 이 족보 속에 한 여자의 이름 ‘리브가’를 포함시킴으로써, 이어지는 이야기의 주제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기대하게 합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본문의 족보는 ‘데라’의 족보와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11:27-32). 이 족보 속에 ‘데라’의 세 아들 ‘아브라함’과 ‘나홀’과 ‘하란’이 등장하고 있고, ‘아브라함’의 아내가 될 ‘사라’와 ‘나홀’의 아내가 될 ‘밀가’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용적인 측면이나 문체 상, 직전의 이야기 <아브라함의 마지막 시험>은 <아브라함 순환>의 전체적인 도입부(12:1-3)를 연상시켜주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사실들을 종합해서 볼 때 ‘나홀의 족보’가 기능하는 바는, ‘데라’의 족보‘와 함께 그 사이의 모든 내용을 마치 교차대구적으로 묶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세 족장 이야기, 즉 <아브라함 이야기>나 <이삭 이야기>나 <야곱 이야기> 모두 동일한 구성상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1) 약속(22:15-18; 35:9-14; 48:4)
(2) 여행(22:19; 35:16; 48:7)
(3) 자녀의 출생(22:20-24; 35:17-18; 48:5-6)
(4) 아내의 죽음과 장사(23장; 35:18-20; 48:7)
신학과 신앙
1. 밀가의 자녀들(20-23절)
‘아브라함’은 그의 동생 ‘나홀’도 아내 ‘밀가’를 통해서 여덟 명의 자녀를 낳았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이 일 후에 혹이 아브라함에게 고하여 이르기를 밀가가 그대의 동생 나홀에게 자녀를 낳았다 하였더라(20절)
그는 언제, 누구를 통해서 이 소식을 접했으며, 어떤 심정으로 이 소식을 접했을까? 이런 질문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히브리 성경에서는 이런 질문을 상상해 보기에 충분한 암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NIV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영어 성경에서도 히브리 성경의 원래의 의미를 충분히 살려내고 있습니다. 한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Now after these things it was told Abraham, Behold, Milcah also has borne children to your brother Nahor(RSV)
(이 일 후에 혹이 아브라함에게 고하여 이르기를, “보라, 밀가 역시 네 동생 나홀에게 자녀를 낳아주었도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아브라함’은 지금 막 누군가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는 뜻입니다. “보라”(הנה; 힌네)는 주의를 환기시키는 감탄사로서 구약에서 약 800 회 이상 등장하고 있습니다. 즉 ‘아브라함’ 편에서 이 소식은 놀라움 그 자체라는 의미가 베여있습니다.
이 소식이 왜 충격적인가? 그 소식을 전해 준 자가 누구이든(혹자는 지나가는 행상들이었을 것이라고 합니다만), 동생이 자녀를 가졌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가질 정도였다면 이 소식을 접한 시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일 후에”는 언제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됩니다. 그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겠지만, 이미 ‘사라’가 ‘이삭’을 낳은 후라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형이 아이를 갖지 못해서 애를 태우고 있던 시점이라면 동생이 아이를 먼저 가졌다는 소식은 분명 실망과 놀라움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아브라함과 ‘사라’는 ‘이삭’을 낳기 전에 이 소식을 접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밀가’가 한 명도 아닌 여덟 명의 자녀를 낳았다는 언급은 오직 한 명의 아들만을 낳은 ‘사라’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맏아들은 우스요. 우스의 동생은 부스와, 아람의 아비 그므엘과, 게셋과 하소와 빌다스와 이들랍과 브두엘이라(21-22절)
맏아들 ‘우스’는 다른 곳에서는 ‘아람’의 아들로 소개하고 있는가 하면(10:23), 또 다른 곳에서는 ‘에돔’의 후손으로 그리고 있습니다(36:28). 이로 미루어 <창세기>에서 ‘우스’로 불리는 여러 지역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들 지역들이 어떻게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욥’도 ‘우스’에 살고 있었는데, 그 위치는 분명 ‘가나안’의 동쪽 어디였을 것입니다.
‘우스’의 동생 ‘부스’는 단지 이곳에서만 나타나고 있는데, ‘갓’의 후손이자(대상 5:14) ‘드단’과 ‘데마’와 연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렘 25:23), ‘아라비아’에 있는 한 지역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욥’의 친구 ‘엘리후’도 ‘부스’ 사람이었습니다(욥 32:2). ‘그므엘’은 성경의 다른 곳에서 ‘에브라임’ 및 ‘레위’ 지파의 후손으로 등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에브라임 자손 지파의 족장 십단의 아들 그므엘이요(민 34:24)
레위 사람의 관장은 그무엘의 아들 하사뱌요 아론 자손의 관장은 사독이요(대상 27:17)
‘게셋’은 구약 전체적으로 이곳에서만 등장하고 있는데, ‘갈대아 인’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게세드’가 이들의 먼 조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이름과 유사한 발음을 가진 사람 이름들이 남서 ‘셈’ 계열의 언어에서 나타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약에서 이곳에서만 나타나기로는 나머지 세 이름, ‘하소’와 ‘빌다스’와 ‘이들랍’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브두엘’은 ‘그므엘’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이름 ‘엘’을 공통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만, 각 이름의 첫 두 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브두엘’의 이름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리브가’의 아버지라는 데에 있습니다. 다만 그의 딸 ‘리브가’의 결혼과 관련해서 잠시 등장하기는 하나, 그 때 쯤 그는 너무 나이가 많아서였던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말을 마치지 못하여서 리브가가 물 항아리를 어깨에 메고 나오니 그는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아내 밀가의 아들 브두엘의 소생이라”(24:15); “라반과 브두엘이 대답하여 가로되 이 일이 여호와께로 말미암았으니 우리는 가부를 말할 수 없노라”(24:50).
이 여덟 사람은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처 밀가의 소생이며 브두엘은 리브가를 낳았고(23절)
이 구절 역시 ‘아브라함’에게 전해 준 소식 속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화자의 추가 설명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브라함’이 ‘이삭’이 결혼하기 전에 이미 이 딸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는 뜻입니다. 화자가 ‘나홀’의 족보 속에 손녀 ‘리브가’ 한 사람 만을 특별히 언급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전통적으로 ‘리브가’에 대해서 ‘어린 암소’, 또는 “동물들을 위한 매는 끈” 내지는 “올가미”를 뜻하는 아랍어 rabqat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설명이 있기는 하나, 모두 불분명한 설명입니다.
2. 르우마의 자녀(24절)
두 번째 단락은 ‘나홀’의 첩 ‘르우마’의 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홀의 첩 르우마라 하는 자도 데바와 가함과 다하스와 마아가를 낳았더라(24절)
“첩”으로 변역하고 있는 ‘히브리’ 단어, ‘필레게쉬’(שׁגליפ)는 인도-유럽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히브리’ 인들이 ‘블레셋’을 통해서 차용한 단어라고 합니다. 첩의 지위나 권리는 정식 아내보다는 당연히 열등했으며, 첩을 얻는데 있어 신부 비용이나 결혼 지참금 등을 어떤 형태로든 지불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야곱’의 아내 ‘빌하’도 ‘필레게쉬’ 또는 ‘여종’(slave-wife, המא)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르우마’의 세 아들은 오늘날 ‘레바논’이나 ‘시리아’ 지역에 있었던 마을이나 또는 왕국과 연관이 있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추측컨대, ‘르우마’는 이들 모두가 관여한 연합이나 동맹의 이름을 의미했을 수도 있습니다. ‘데바’는 주전 이천 년 전 이집트 문서에서 언급되고 있는데, ‘학살’ 또는 ‘밝은 빛’ 등의 의미를 가졌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이름은 성경에서도 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수 13:11; 삼하 10:6, 8), ‘마리’ 문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교훈과 적용
본문은 전체 <아브라함 이야기>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까? 하나님의 언약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까?
‘나홀’의 족보를 다루고 있는 본문은 ‘이삭’을 번제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시험>에 비하면 지극히 맥 빠지는 반 절정에 해당하며, 따라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주석서에 이 단락에 대한 주석은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보기와는 달리 전체 <아브라함 이야기>의 흐름에 전혀 상관없는 내용만은 아닙니다. 직전의 이야기에서 천사는 극적인 시험이 끝난 후, ‘아브라함’이 바다의 모래와도 같이 많은 후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고(16-18절), 이 약속이 이루어지기 위한 첫 조치가 다름 아닌 ‘이삭’의 결혼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가 결혼한 여자 ‘리브가’를 이곳에서 슬쩍 보여줌으로써, 본문은 다음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런 배치는 <이스마엘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도 역시 죽음의 위기를 넘기자, 천사는 어머니 ‘하갈’에게 후손에 대한 동일한 약속을 해주었으며, 곧바로 그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봅니다(21:15-21).
다만 두 기록에서 한 가지 차이를 발견한다면, ‘아브라함’이 단지 두 아들만을 낳고 기른 것에 비해, ‘나홀’은 도합 열두 명의 아들을 낳았으며, 손녀 ‘리브가’도 이 족보 속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브가’는 이 족보에서 유일한 여성으로서 아버지와 삼촌들과 함께 등장하고 있는 점이 특기할 만합니다. 족보는 여기서 끝이 나는데, ‘아브라함’이 과연 ‘리브가’에 대한 정보도 접했는지에 대해서는 화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본문은 바로 그런 점에서 언약의 이야기가 보다 확장되고 발전되기 위한 씨앗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습과 토의
1. 본문에 등장하고 있는 족보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2. 본문이 <아브라함 순환: 언약> 전체에서 갖는 의미는 어떤 것입니까?
원문을 살려 옮겼고, 오타와 연락처만 정리했습니다.